"IoT 기반 '에너지 플랫폼'이 메를로랩 정체성"
“IoT 기술을 보유한 에너지 플랫폼 회사가 우리의 정체성이다.”
어떤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냐는 질문에 신소봉 메를로랩 대표이사의 답변은 즉각 돌아왔다. 탄소중립 기조 아래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력 사용량 감축을 고민하는 시기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메를로랩은 지난 2012년에 설립된 업력 10년차 기업이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스마트 조명이 핵심 제품이다. 조명 하나로 홈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조명 수천 개의 조도를 일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무선통신기술이 탑재된 제품이다. 이미 공공기관과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기술력과 수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메를로랩은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ESG경영 등 최근 시장에서 핫한 키워드에 어울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왜 메를로랩일까. 신소봉 대표와 최원재 부사장에게 메를로랩의 매력을 직접 들었다.
◇스마트 조명으로 대규모 무선망 구축...신재생에너지 변동성 솔루션으로 부각
인터뷰를 위해 최근 방문한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메를로랩 본사에는 메를로랩 제품으로 꾸려진 홈네트워크 시연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이야기만으로는 실제 구동하는 제품과 그 바탕에 있는 무선통신기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쉽지 않아서다.
메를로랩의 스마트 조명은 확보한 데이터를 공유기나 중계기로 보내지 않고 곧장 다른 스마트 조명에 신호를 보내는 일종의 노드 역할을 한다. 이에 네트워크에 연결된 각 스마트 조명은 신호를 확장해서 계속해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홈 네트워크는 물론 수천 개의 조명도 일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유다.
최 부사장은 “메를로랩의 가장 큰 장점은 전세계에서 메쉬 네트워크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이라며 “이 기술을 통해 개별 제어는 물론 대규모 집단 제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쉬 네트워크 기술은 쉽게 표현하면 중계기나 무선 공유기 없이 대규모 무선망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면적이 광범위한 대형 물류 창고나 전통시장에서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전체 조명의 조도를 일괄적으로 20~30%씩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가정에서는 리모콘 조작이 가능한 모든 가전제품을 앱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IoT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 걸맞게 스마트 조명에 필요한 반도체, 무선통신기술, 클라우드 서버 등은 메를로랩이 모두 자체 개발했다.
메를로랩의 스마트 조명은 무엇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불거질 수 있는 과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을 활용하는 만큼 이전 발전 방식과 달리 원하는 만큼만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 부사장은 “수입과 지출이 맞아야하듯이 전력도 밸런스가 맞아야한다”며 “원자력 발전과 석탁 발전, LNG 발전이 그동안 밸런스 역할을 맡아왔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어 변동성에 대해 대비해야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스마트 조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전력 문제가 발생하면 조도 효율을 최대로 올리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제품으로 입지를 구축한 셈이다.
신 대표는 “국내 에너지의 20%가 조명을 통해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도를 20~30% 조절하면 전체 에너지의 6% 가량이 버퍼가 생긴다는 뜻”이라며 “스마트 조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과전력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메를로랩 기술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앞서 메를로랩은 전력거래소와 IoT 스마트 조명을 활용한 주파수 제어 실증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1월 중순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진행한 간담회에 신 대표가 참석해 메를로랩의 기술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에 더해 수익 모델도 완비...민간·공공 러브콜 지속
메를로랩은 사회적 가치 이행뿐 아니라 사업자로서 차근차근 안정적인 수익구조도 확보해가고 있다. 이미 대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ESG 경영에 발맞춰 메를로랩의 스마트 조명에 관심을 보이면서다.
특히 탄소중립 기조 아래 기업이 사용하던 전기를 일정량 아끼면 그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경영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설치와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은 오히려 낮아진다. 유선망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설치비가 일반 조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얻는 에너지 절약 수익 및 탄소배출권에 대한 대가를 일정기간에 대한 구독료 방식으로 메를로랩이 받는 사업구조다.
이미 민간 영역에서는 CJ 중부복합물류터미널과 서울 메트로타워, 가락시장 등에 메를로랩의 스마트 조명이 활용되고 있다. LH와도 협력해 임대주택에 스마트 조명 납품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력 수요관리정책의 일환인 국민 DR(수요자원거래)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민 DR은 전력거래소가 전력 사용량 감축 요청을 했을 때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개별 가구당 그에 해당하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전력 사용량 조절에 대한 어려움 탓에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를로랩의 스마트 조명을 통해 자동으로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 향후 전력거래소를 비롯한 공공기관으로도 납품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 부사장은 “공공부문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력뿐 아니라 국내 인증기준을 받거나 제도권 안에 제품이 들어가 있어야한다”며 “이를 위해 이미 메를로랩 모든 제품에 대해 혁신제품 승인을 받아뒀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아야하는 전력량과 마찬가지로 ESG로 대변되는 사회적 가치와 사업자로서의 수익모델을 밸런스 있게 맞춰 가겠다는 포부다.
신 대표는 “크게 '소비자에게 얼마나 더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수익은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향후 보유한 IoT 기술을 더욱 확장해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 경쟁력은 'IoT 기술'..."현실 데이터를 가상세계로 연결하는 핵심 기술"
창업자인 신소봉 대표와 최원재 부사장, 송용철 부사장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 의기투합해 메를로랩을 설립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어온 만큼 그 누구보다 서로 신뢰가 두텁다. 최 부사장이 CFO와 COO를, 송 부사장이 CTO를 각각 맡고 있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IC(집적회로)칩 상용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지만 예상과 달리 이른바 ‘IoT 세상’이 다가오지 않자 직접 사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신 대표는 “무선통신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술을 받아들일 디바이스가 준비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IC칩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으니 우리가 직접 시장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창업 이후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선통신기술 자체만으로 고객사와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제품이 개발됐고 시장이 이를 알아주면서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기에 현재 전면에 내건 스마트 조명 역시 메를로랩의 IoT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하나의 디바이스로 여기고 있다. 스마트 조명이 민간과 공공부문에 표준처럼 보급된 뒤에는 가상세계로 연결되는 디지털 트윈, 미러 월드로 사업방향을 진행하겠다는 빅피쳐다.
신 대표는 “메를로랩의 존재는 기본적으로 IoT에 본질을 두고 있다”며 “현실의 수천개의 데이터를 한 곳의 가상세계로 잘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현실과 가상세계를 잇는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를로랩은 올해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완료했다. 공모 자금은 이후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생산케파를 확대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더벨" 최석철 기자 [22.01.24]